2년 전, 코로나가 한참 극성이던 때 전주 한옥마을에 갔었습니다. 그때는 너무 아쉬웠어요. 코로나로 인해, 잔뜩 기대했던 전주 한옥마을의 정취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왔기 때문이에요. 문 닫은 곳도 많았고... 태반은 구경하지 못하고 골목골목 걷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 주는 책 <전주 한옥마을 다시보기>1, 2를 발견했어요.
"그대의 그늘에 천년의 세월조차 쉬어가나니"라는 부제가 붙어 있네요.
이 책 덕분에 전주 한옥마을을 더 자세히 골목골목 누비는 느낌으로, 역사와 함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접하며 다시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저자: 이종근
사진: 오세림
"사람들이 하는 말은 신경쓰지 말고
이곳에 처음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담벼락 하나를 오래도록 쳐다보고
느린 편지를 쓰고
소슬한 바람이 스치는
전주 한옥마을에 서 보세요.
이 책이 제안하는 방법은
'다시 보기'입니다.
당신은 전주 한옥마을을
정말 알고 있나요?
들리는 소문과 잠깐의 구경으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요?
이제 다시 전주로 떠날 시간입니다."
이건 딱 저에게 하는 따끔한 매 같은 말입니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조금 걸어보고, 조금 기웃거려 본 것으로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왔다며 다 알아버린 것처럼 떠벌인 거 아닌가 싶어 얼굴 들 수 없게 말이죠.
글쓴이 이종근 님은 전북도민일보 기자, 전북문인협회 사무국장, 전주시 문화의 집 관장, 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 등 이력이 화려하네요. 얼마나 전주를 사랑하는 분일지 짐작이 갑니다. 문화 전문 공무원으로 전주시 문화의 집 관장으로 재직 때 제5회 전국 문화기반시설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한국문화의집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한국 대표로 선정되어 문화의 집 원조인 프랑스에 '직장인을 위한 한낮의 틈새 음악회'를 소개하기도 했네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는 한옥마을을 5천여 회나 방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주 관련 책자를 거의 모두 구비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한옥마을의 종, 꽃담, 효자, 다리, 하마비, 우물(어정), 장독대, 굴뚝, 금표, 땅이름, 종교, 문화재, 나무 이야기, 부르지 않는 전주의 노래, 호남제일성의 고누, 바위, 풍수, 문학, 영화, 비석, 실개천 등 콘텐츠를 통해 전주의 역사와 교훈, 그리고 오늘날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초점을 두어 생명력과 가치를 더했으며, 해외 번역 출판까지 염두에 두고 책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저자의 전주 사랑과 간절함이 가득 들어 있는 책입니다.
목차:
1장 하늘땅 별땅, 한옥마을 달 따러 가요
강강술래 축제 / 365일 한복이 있어 알록달록한 한옥마을 / 문화기획자 박세상 씨
2장 꽃보다 아름다운 전주 최부잣집의 꽃담
최부잣집의 토담에 새겨진 꽃 세 송이, 한옥마을의 상징 문패 / 전동성당 / 강암서예관의 꽃담
3장 용 다섯 마리, 남천교에 깃들었네
승암교 / 한벽교 / 남천교
4장 전주의 족보, 싸전다리
은빛천국 싸전다리 / 매곡교, 서천교, 완산교 /
5장 아픔을 보듬은 다가교
전주의 다리 가운데 이름이 가장 많이 바뀐 다가교
6장 완산종, 종소리 크게 울려라
남고사 / 전동성당 종 1915년 축복식 / 서문교회 종탑 한국 최고 / 낙수정의 동종 / 풍남문의 완산종 전주의 상징
7장 한옥마을 느린 편지와 우편함
전주관광안내소와 천년누리 노란 우체통
8장 하마비, 네 이놈 어서 내려라
사찰에 하마비가 있는 까닭? / 건립 시기가 밝혀진 조경단 하마비 /
독특한 모습으 경기전 하마비 / 삶속 하마비의 의미
9장 고종의 딸 황녀 이문용 여사가 마신 조경묘 어정
250여 년 된 학인당의 땅샘 / 경기전에는 어정이 2개 있어요
10장 서예가 이삼만의 한이 서린 장독대
뱀이 보고 깜짝 놀라는 비암방에 / 전국에서 유일한 숙황장 / 들과 꽃의 집 초정
*숙황장: 조선시대 임금님이 잡수시던 수라상의 음식 조리에 쓰이던 간장
11장 굴뚝, 소통을 이야기합니다
굴뚝에는 굴대 장군이 있다
12장 한옥마을 건축물에는 어떤 동물이 살고 있을까?
해태는 불을 누르는 짐승 / 경기전 어진 박물관 태조 어진의 용
*어진: 임금님의 초상화
13장 비빔밥 같은 전주, 한국 종교의 축소판
동고사 / 천도교 전주교구 / 원불교 교동교당
14장 중국 사람들의 스토리로 차고 넘쳐요
옷의 띠와 같이 좁은 물 / 중국에도 전주가 있다? / 이삼만의 붓글씨, 중국에 알려지다
15장 태조 이성계, 화살로 버들잎을 꿰뚫다
전하! 과연 신궁이십니다 / 만경대와 정몽주 시 / 천양정, 다가사후로 완산8경의 하나 /
이성계가 대풍가를 읊조린 오목대
16장 금표와 넛지, 긍정과 부정의 그물코
조선 왕조의 뿌리 자만동 금표 / 영기 어린 완산 금표 / 창덕궁 금표 / 넛지, 금표(禁標)가 아닌 금표(金標)
(*넛지(nudge) :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주다.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17장 사람의 이야기가 흐르는 땅이름
전주라는 이름 / 생김새에서 유래한 명칭 / 인물이 남긴 땅이름 / 꽃심의 땅 전주
18장 1872년 전주의 봄날을 아십니까?
전주지도 / 왜 전주읍성은 T자형인가 / 완산부지도 / 전주부지도
19장 왜 효자동일까?
장개남의 효 이야기 / 효자 박진 / 전주 학인당과 수원백씨 효자문 / 임실 영모재 꽃담 /
전주 삼천동에서 임실로 옮긴 김복규, 김기종 효자
20장 전주향교 다섯 그루 은행나무, 노릇노릇 익어가네요
전주향교 다섯 그루 은행나무 / 경기전과 최씨종대의 은행나무 / 전동성당 은행나무
21장 이상진의 회화나무, 청백리의 상징
이상진 회화나무 / 전라감영 회화나무 / 원래의 전라감영터 / 오목대 쉼터 당산나무 / 경기전 회화나무
*보호수로 지정된 은행나무, 참죽나무, 회화나무, 느티나무